반도체클러스터 산단 역사공원에…기념공간 활용 계획
“용인시민 자존심 살렸다” 지역사회 각계 동참 의사 밝혀
철거 위기에 놓였던 오희옥(95세) 애국지사 가옥 문제가 재건립 결정으로 해결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사업구역 내 조성 예정인 역사공원 부지 일부를 활용해 오희옥 지사 가옥을 새로 신축하고 이후 기념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13일 시장실에서 열린 오희옥 지사 가옥 이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면담자리를 통해 이같이 결정됐다. 이날 간담회엔 백군기 용인시장, 김성구 용인일반산업단지(주) 대표, 최희용 광복회 용인시지회장, 우상표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 회장, 최종찬 용인지역 건축사회 회장 외에 정규수 제2부시장을 비롯한 용인시 관계부서 책임자들이 함께 했다.
이날 결정은 각계의 뜻이 모아져 이뤄졌다.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인식한 용인시에서 정규수 제2부시장이 나서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 측과 오희옥 지사 가옥 재건립 장소 선정과 절차 등에 대한 실무적 협의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공원 내 부지로 결정된 것은 향후 가옥을 전시공간으로 전환해 미래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전언이다. 또한 역사공원 내 조성 예정인 인근 독립유적 표지석 이전을 통한 야외조각공원과 마을기억 전시관을 연계한 역사문화 콘텐츠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용인일반산업단지(주)의 협조를 얻을 경우 곧바로 추진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이날 결정된 내용에 따라 가옥 재건립을 위한 절차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먼저 용인일반산업단지(주)가 사업 완료까지 책임지고 주택을 용인시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용인시건축사협회는 재능기부 형태로 가옥 설계를 담당하기로 했으며,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와 광복회 등 보훈 단체는 시민들의 참여를 모아간다는 계획이다. 용인시는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바탕으로 오희옥 지사 귀향 프로젝트 의미를 알리고 각계각층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새로 가옥이 완성돼 이전할 때까지 기존 용인독립운동가의 집은 유지할 예정이다.
백군기 시장은 “유일한 생존 여성 독립애국지사인 오희옥 지사가 염원했던 고향에서의 마지막 삶을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용인 애국‧애향의 상징인 ‘3대 독립운동가문’이 시민들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희옥 지사는 가족 3대가 원삼에 고향을 둔 독립운동가 출신이다. 할아버지 오인수 의병장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군에게 잡혀 옥고를 치렀으며, 오광선 장군은 1915년 만주로 건너가 대한독립군단 중대장, 신흥무관학교 교관 등을 거쳤다. 해방정국에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그를 광복군 국내지대장으로 파견하기도 했다. 오 지사도 만주에서 태어나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 일본군 내 한국인 사병을 탈출시키는 광복군 일원으로 활동했다.
용인시는 지난 2018년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오 지사의 뜻을 받들어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일대에 독립운동가의 집을 마련한 바 있다.
가옥 부지는 해주오씨 종중이 기부, 용인시 시민들과 공직자의 모금, 지역 기업체들의 재능기부로 ‘독립운동가’ 가옥이 완성됐다. 그러나 가옥이 위치한 원삼면 일대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사업 부지에 포함된 데다, 오 지사 가옥이 이주대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철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에 독립운동 관련 단체와 용인시민 등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해결을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