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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시민들이 건립한 용인 '3대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집 헐린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등록일 : 2021-11-08 17:23:23

조회수 : 1,1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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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건립한 용인 '3대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집 헐린다

김인유 입력 2021. 11. 04. 08:10
반도체산단에 편입..오 지사의 '여생을 고향에서' 꿈 무산 위기
대체 가옥 건립 등 대안 마련 실패..오 지사, 4년째 투병 중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3대(代)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95)를 위해 경기 용인 시민들이 합심해 건립한 '독립유공자의 집'이 결국 개발사업에 의해 철거될 전망이다.

오 지사의 자녀들과 용인시가 대체 가옥 마련을 위해 노력했으나 이마저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는 지사의 꿈도 이루지 못할 처지가 됐다.

2018년 3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오 지사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병원에서 4년째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김부겸 총리 위문받는 오희옥 애국지사 (서울=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6월 3일 서울 강동구 서울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3대 독립운동가' 오희옥 애국지사를 위문하고 있다. 오 지사는 2018년 3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채 4년째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2021.6.3

4일 용인시에 따르면 오 지사의 집이 있는 처인구 원삼면 일대가 SK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부지로 확정되면서 최근 토지조사와 감정평가가 완료됐다.

이달 중순께부터 토지 소유주와 협의를 시작으로 보상 절차가 완료되면 내년 1월께부터는 본격적인 공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오 지사를 위해 시민들이 원삼면 죽능리 527-5번지에 지은 '독립유공자의 집'도 보상이 끝나면 내년 안에 사업부지 내 다른 건축물과 함께 철거될 상황에 놓였다.

이 집은 해주 오씨 종중의 집터 기부, 용인시민과 공무원의 성금 모금, 용인 관내 기업들의 재능기부가 하나가 돼 2018년 3월 1일 건립됐다.

수원의 보훈아파트에서 생활하던 오 지사가 2017년 2월 말 언론인터뷰를 통해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용인시 전체가 나서 오 지사의 소원을 이뤄준 것이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출신의 오 지사 집안은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오 지사에 이르기까지 3대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독립운동 명문가'이다.

할아버지는 오인수 의병장, 아버지는 오광선 광복군 장군, 어머니 정현숙 지사와 언니 오희영 지사는 독립운동가이다.

1927년 만주에서 태어난 오 지사는 언니 오희영 지사와 함께 1934년 중국 류저우(柳州)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해 첩보 수집을 하고 일본군 내 한국인 사병을 탈출시키는 등 광복군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오 지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오 지사 집안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로에 보답하는 의미로 용인시와 시민들은 너도나도 고향 집 건립에 힘을 보탰다.

정부가 아닌 기초지자체가 시민들과 함께 독립유공자를 위한 집을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오 지사의 집은 여러 언론에 보도되며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 지사는 용인 보금자리가 마련된 지 보름여 만에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병마와 싸우고 있다.

오희옥 지사 용인 고향집 준공 [연합뉴스 자료 사진]

그 사이 오 지사의 집을 포함한 원삼면 지역이 SK반도체클러스터 사업 부지로 확정됐다.

오 지사는 지금도 "고향 집은 잘 있느냐, 꽃들이 한창 예쁘게 피었겠지?"라고 자녀들에게 물으면서 향수에 젖어있다고 자녀들은 전했다.

오 지사의 자녀들과 용인시, 용인시의회, 지역사회는 독립유공자의 집이 사업부지에 포함되자 대체 가옥을 마련하기 위해 수개월째 노력해왔다.

자녀들은 SK그룹 회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독립유공자의 집 철거 사실을 설명하고 오 지사가 마지막 삶을 보내면서 독립운동 유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제안했다.

용인시청에도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제출하고 백군기 용인시장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8월에는 자녀들과 용인시, 시의원, 독립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 회의도 했다.

오 지사의 아들은 "어머님이 주말에는 병원에서 나와 시민들이 지어준 고향 집에서 쉬었다 가시길 원하시는데 아직 철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서 "여생을 보낼 수 있고 독립운동 자료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상절차가 완료되도록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사업시행자 측은 "지사님의 건강이 회복돼 돌아오실 경우 거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용인시에 밝혔다.

독립유공자의 집 같은 주택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오희옥 지사 용인 고향집 준공 (용인=연합뉴스)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는 경기 용인의 '3대(代) 독립운동가' 오희옥(92·여) 지사가 꿈을 이뤘다. 오 지사가 지난 2018년 3월 1일 원삼면 죽능리 527-5번지에 용인시와 시민들이 합심해 건립한 '독립유공자의 집' 안에 앉아 쉬고 있다. hedgehog@yna.co.kr

용인시도 사업부지 내 시유지를 놓고 대체 주택 건립 가능성을 검토했으나 관련 법상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주 오씨 종중에서도 다시 종중 소유의 땅을 제공하기는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대체 부지를 누군가라도 제공하면 집 짓는 것은 어떻게 해볼 텐데, 안타깝게도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 같다"면서 "오 지사가 소유한 독립운동 관련 자료 등은 따로 전시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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