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원삼 자택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에 편입 철거 위기
​​​​​​​자녀·독립운동기념사업회 “용인시·SK가 적극 나서야”

3대 독립운동가문의 유일한 생존자 오희옥(94) 지사가 거주하는 주택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에 편입돼 철거 위기에 놓여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2017년 당시 주택 건립을 주도한 용인시는 시 차원에서 해결 방법이 없다거나 토지를 수용하는 기업과 애초 땅을 제공한 종중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해주 오씨 종중을 비롯해 용인지역 단체와 향토 기업인, 공무원 등의 지원과 모금으로 2018년 3월 준공한 독립유공자의 집 앞에선 오희옥 지사.해주 오씨 종중을 비롯해 용인지역 단체와 향토 기업인, 공무원 등의 지원과 모금으로 2018년 3월 준공한 독립유공자의 집 앞에선 오희옥 지사.

오 지사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살고 있던 주택은 2017년 용인시의 ‘오희옥 애국지사 고향 정착 프로젝트’로 성사됐다. 주택은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527-5번지 대지면적 410㎡, 건축면적 76.6㎡ 규모로, 방 2개와 거실, 주방을 갖춘 1층짜리 단독주택인 ‘독립유공자의 집’이다.

여생을 보낼 주택이 마련된 오 지사는 48년 만에 꿈에 그리던 고향 땅에 정착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18년 3월 하순 뇌경색으로 쓰러져 4년째 중앙보훈병원 재활병동에 입원해 투병 중이다. 이런 가운데 오 지사가 살던 주택이 머지않아 철거될 위기에 놓여 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 부지에 편입돼 있기 때문이다.

오 지사의 아들 김홍태씨는 “고령이시라 여생이 길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원기를 회복하셔서 휴일에는 자택에 모셔서 가족과 지인 등과 교류하면서 마지막 삶을 보내시면 좋겠다”면서 “주택이 헐리는 것은 막을 수 없겠지만 어머니께서 고향에서 사실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 기업 등에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 오광선 생가 터에서 선생 일가의 공적을 기리는 2012년 10월 열린 표석 제막식에서 묵념하고 있는 오희옥 지사.처인구 원삼면 죽능리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 오광선 생가 터에서 선생 일가의 공적을 기리는 2012년 10월 열린 표석 제막식에서 묵념하고 있는 오희옥 지사.

김씨는 “구순을 넘긴 지사께서 독립운동을 하신 보답으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주택을 지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독립유공자의 집은 단순히 주택이 아닌 독립운동 활동, 생활 유품 전시 등 시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역사공간으로 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도체산단과 관계자는 “(오 지사) 주택 부지와 건물은 해주 오씨 종중 소유인데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고, SK그룹 차원에서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전해왔지만 언제 오실지 기약이 없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이기도 한 김명섭 단국대 연구교수는 “주거는 지사님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로, 시와 SK에서 나서면 충분히 주택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생가를 복원하거나 기념관을 짓는 마당에 시에서 너무 소극적인 것 같아 안타깝다. 지역차원에서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을 해서라도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있는 독립유공자의 집 오희옥 지사 자택 전경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있는 독립유공자의 집 오희옥 지사 자택 전경

◇독립유공자의 집은= 용인시는 2018년 3월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527-5번지에서 오희옥 지사가 여생을 보낼 주택을 지어 삼일절인 1일 주택 건립에 도움을 준 시민들과 기업 관계자, 해주 오씨 종중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가졌다. 오 지사가 살았던 이 주택은 ‘독립유공자의 집’으로 명명됐다.

오 지사가 거주한 주택은 용인시의 ‘오희옥 애국지사 고향정착 프로젝트’와 용인지역 단체, 해주 오씨 종중, 향토 기업인 등의 관심과 지원으로 성사됐다. 시 공무원들이 주택 건립 비용으로 2133만원을 모았고, 원삼면 기관단체장협의회와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 등이 기금을 전했다. 해당 부지는 해주 오씨 중중에서 제공했다. 용인지역 기업들의 재능 기부도 이어졌다. 유원건축사사무소, 세화이엔씨, 인창건설, 네이코스엔지니어링, 매일전기와 승원엔지니어링 등의 합작품인 것이다.

용인의 독립운동가들 중 3대 독립운동가문 오광선, 정현숙, 오희영, 오희옥 지사의 모습이 보인다.용인의 독립운동가들 중 3대 독립운동가문 오광선, 정현숙, 오희영, 오희옥 지사의 모습이 보인다.

◇3대 독립운동가문= 중국에서 태어나 해방 이후 조국 땅을 처음 밟았던 오 지사는 처인구 원삼면 원삼초등학교 청룡분교에서 수년간 교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평소 어머니 정현숙 여사가 노년을 보냈던 원삼면 죽능리를 그리워했다. 2015년 8월 본지에 <어느 여성독립운동가의 망향가>라는 제목으로 고향 용인으로의 귀향 의사를 전하며 오 지사의 귀향 프로젝트가 기획됐다.

48년 만에 고향에 정착한 오희옥 지사의 ‘3대 독립운동가문’은 할아버지 오인수 의병장, 서로군정서 별동대장과 경비대장으로 활동한 아버지 오광선 장군, 한국혁명여성동맹의 어머니 정현숙,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광복군 참령으로 김구 선생 비서 역할을 한 형부 신송식(오희영 여사의 남편), 오 여사의 언니 오희영 여사 등으로 이어져왔다. 막내 오희옥 지사는 언니 희영 등과 함께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 한국 광복군 제3지대 대원 등으로 활동한 3대 독립운동가문의유일한 생존자다. 이러한 공로가 인정돼 1990년 건축훈장 애족장을 받았다.